<동경 이야기> 줄거리
시골에 사는 노부부는 결혼하고 도쿄에서 자리를 잡은 첫째 아들과 딸을 보러 상경한다. 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딸은 미용실을 하며 생업이 바쁘다 보니 부모님이 올라오셨는데도 잘 모시지 못한다. 아들과 딸은 죽은 막내아들의 며느리인 노리코에게 부모님의 도쿄 시내 관광을 부탁한다. 노리코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정성껏 노부부를 모시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시켜드린다. 아들과 딸은 부모님을 근교 온천으로 여행을 보내드리자고 의견을 모은다. 노부부는 등 떠밀려 온천으로 여행을 가지만 밤새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잠도 편하게 자지 못한다. 노부부는 온천여행에서 일찍 돌아오고, 아들과 딸은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부모님 때문에 난감해한다. 노부부는 자식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할아버지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할머니는 며느리의 집에서 묶기로 한다. 노부부는 그렇게 도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골집으로 돌아가려고 기차를 탄다. 그런데 할머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며 오사카에 들러 셋째 아들의 집에서 며칠간 머무른다. 자신의 운명을 예상했는지 어머니는 며칠간 자식들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돌아가시게 되고, 가족들은 고향 집으로 모인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자식들은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며느리 노리코도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올라간다.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창 밖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가족의 의미
<동경 이야기>는 50년 전의 일본 가족의 모습인데 지금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부모님은 자식들을 지극정성 사랑으로 키우는데 다 큰 자식들은 부모님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대하는 감정은 사랑보다는 의무감, 책임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겠지만 실제로 그 상황이 나에게 닥쳤을 때 아주 많이 쓸쓸할 것 같다.
노부부는 아들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텐데, 아들과 딸은 생업이 바쁘고 일이 더 중요하니 부모님 두 분만 온천으로 보낸다. 노부부는 둘이서 온천여행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식들의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일상을 더 바랬을 텐데 말이다.
인생은 참 쓸쓸하다. 행복하고 재밌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끝은 쓸쓸한 죽음이다. 가족들은 꽤나 덤덤하게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챙겨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죽은 막내아들의 며느리 노리코는 남아서 할아버지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 보면 피가 안 섞인 남인데, 자식들보다 노부부를 진심으로 대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
<동경 이야기>의 마지막 씬이 기억에 남는다. 프레임 안의 프레임 구조이며, 그 틀 안에 할아버지가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거실 가운데에는 죽은 아내를 기리는 향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그 공간에서 할아버지는 수많은 시간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을 텐데 이제 혼자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 참 허망하기도 하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만 같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 할머니의 삶도 반짝반짝 빛나다가 이 땅에서의 시간을 다하고 소멸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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